건강과 행복이 반찬

코로나 이후, 아이들이 학교를 가지 않고 온라인 수업을 하는 날의 점심시간이면 종종 집으로 돌아와 함께 점심을 먹거나 챙겨주었다. 달그락의 쌤들은 외부 도시락 업체에서 배달시켜먹거나, 나가서 사먹었다.
몇 일전부터 선생님은 각자 역할을 나누어 음식을 가져왔고, 사회적거리두기 1단계가 되면서 나 역시 집에서 도시락을 싸오는 횟수가 증가했다. 오늘은 오랜만에 달그락 안에서 식사를 하게 되었다.
쌤들은 각자 가져온 반찬을 조리했고, 나는 천천히 식사를 시작했다. 금세 오실거라 생각했기에. 처음에는 경민쌤이 사무실로 들어와 식탁에 샐러드를 놓고 다시 나갔다. 조금 이따가는 만두를 구워가지고 왔다. 경민쌤이 다시 나간후 이번에는 민정쌤이 식빵을 구워왔다. 그 동안 약 10분 이상이 흘렀고 천천히 먹었음에도 내 밥그릇은 반 정도가 비었다. 이제 다 되었거니 했더니만 이번에 컵라면을 갖고 들어오셨다. 천행쌤은 아직 햄과 계란을 굽고 있다 했다. 내 밥그릇은 바닥을 거의 보이고 있었다.
마지막 한 숟가락을 남기고 천행쌤이 사무실로 들어왔고, 본격적으로 세 분의 만찬이 시작되었다. 만찬에는 민정쌤이 손수 만든 사과잼과 경민쌤 교회의 여신도님이 주셨다던 딸기잼도 있었고, 치즈와 버터도 준비되었다. 달그락 호텔 식당이라고 해도 될만큼 풍성했다.
나는 준비해온 식사를 마쳤지만 쌤들의 권유로 준비해오신 음식들을 조금씩 거들었다. 천행쌤은 준비된 모든 자료를 빵 사이에 채워 입 한가득 넣으셨다. 식사를 나누며 최근 청소년자치연구소 페이스북 페이지의 좋아요 수가 줄어든 이유, 음식의 영양소 등 이것저것 닥치는대로 이야기했다. 경민쌤은 집에서 혼자 토스트를 먹을때는 그렇게 맛이 없도만 오늘은 너무 맛있다고 했다. 나는 원래 함께 먹는 게 맛있는거라 거들었다.
식사를 마치니 정확히 오후 1시가 되었다. 쌤들은 우리가 진정 유럽식 식사를 했다며 좋아했다. 서로를 챙겨주며 즐겁고 풍성한 식사는 어쩌면 음식을 먹었다기보다 건강과 행복을 먹었던건 아니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