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청소년활동가들이 중심이 되어 활동하는 모임 한 곳에 참여하고 있다.
이 모임에서는 독서와 토론, 지역 내 대학생과 청년들의 지원활동 등을 한다.
요즘 필자는 틈틈이 3월 지정도서인 ‘피로사회’(저자: 한병철, 옮긴이: 김태환)를 읽고 있다.
사회에 대한 철학적 진단의 책이어서 그런지 읽기에 다소 어려운 부분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으면서 현재의 내 모습을 살펴볼 수 있어서 의미가 있었으며, 앞으로 내 삶과 청소년 활동의 방향성을 고민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책에 의하면, 현재는 규율사회에서 성과사회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이다. 규율사회에서는 타인과의 경쟁(상대적인 경쟁)이 주요한 이슈였다면, 성과사회에서 자신과의 경쟁(한병철이 말하는 “절대적인 경쟁”)이 주요한 이슈가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피로사회는 자기 착취의 사회다. 피로사회에서 현대인은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 책의 역자인 김태환은 “한병철은 시스템이 이상적인 자아가 되고자 하는 개인들의 욕망으로 지탱되고 있다면, 개개인이 그러한 욕망의 허구성에 대해 각성하는 데서 비로소 시스템의 변화도 시작될 수 있다고 보는 듯하다”라고 말한다.
물론 어떤 이들은 이 책에서 말하는 내용의 일부에 대해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피로사회, 성과사회, 절대적인 경쟁, 욕망의 허구성에 대한 각성 등과 같은 개념들은 현재의 내 삶과 활동을 성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 청소년들에게는 다양한 활동과 역할이 기대된다. 학교에서는 청소년들에게 학생으로서 공부를 열심히 할 것과 다양한 스펙(?)을 쌓기를 기대한다. 사회에서는 청소년들에게 꿈과 창의성을 가지라고 기대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청소년들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며, 더욱 열심히 할 것을 강조한다. 이런 과정에 놓여있는 우리 청소년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무엇을 해내야하는 주체로서의 청소년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존중받아야 하는 청소년인데, 우리는 그런 청소년을 그 자체로 바라봐주기는 했을까?
사실 이런 질문들은 다른 누군가가 아닌 청소년활동가로서의 나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이 책을 읽으며, 필자는 앞으로 청소년들과 소통하는 과정 가운데, 먼저는 그 청소년을 존재 자체로서 깊이 이해하고, 관계 형성하는 게 참으로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을 다시금 해보았다. 그리고 필자 역시 먼저 내가 누구인지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반성하며, 내 욕망의 허구성에 대한 각성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