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 학교 동계 방학인 2월중 평일 아침이었다. 익산청소년자치공간 다꿈의 문을 열자마자 들어온 충혈된 눈의 청소년들은 배가 고프다고 했다. 지역사회에서 후원받은 냉동밥과 우동맛 곤약면을 내어주었다. 필자의 도시락 반찬으로 냉장고에 넣어둔 김치와 함께. 네 명의 청소년들은 허겁지겁 음식을 먹은 뒤 게임을 시작했고, 한 청소년은 밥도 먹지 않고 한쪽 소파에 누워 쪽잠을 청했다. 슬며시 무릎 담요를 덮어주었다.
다꿈에는 청소년기자단, 작가단, 바리스타, 자원봉사, 미디어, 만화 자치기구 등 다양한 청소년 자치 조직이 있다. 매주 모여 주도적으로 활동이나 참여에 대한 회의를 하고, 이를 실제로 진행한다. 활동을 통한 지역사회에의 기여를 고민하며 이를 실천하고자 노력한다. 지난 2월 17일 다꿈에서는 청소년 자치조직들이 모여 만든 다꿈청소년자치기구연합회의 첫 정기총회도 개최되었다. 1시간의 회의를 위해 두 달을 준비했다. 정기총회의 뜻과 의미에 대해 알아갔고, 회칙과 그 안에 담긴 용어들을 공부하며 만들었다.
당일 총회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이해할 수 있는 만큼 내용을 진지하게 살펴보며 자기의 의견을 말했다. 회원으로서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행사하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의견을 말하고, 투표 시 자기 생각을 담아 참여했다. 자연스러운 청소년 시민의 일상이, 민주주의의 장이 다꿈에서 피어나고 있었다. 김성범 연합회장은 2023년 한 해를 정리하는 변화 글에서 청소년에 대한 지역사회의 진심 어린 동행을 알게 되었고, 자신은 청소년들의 주체성을 인정하고 시민으로 바라보는 ‘청소년에 진심인 사람 덕분에’ 성장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다양한 활동과 공간 이용으로 작년 한 해 다꿈을 다녀간 청소년은 약 1만명 내외였다. 많은 청소년들이 다양한 꿈을 꾸고 그 꿈을 실현하는 공간 이라는 뜻을 지닌 다꿈의 시작은 2020년 익산시에서 실시한 <익산시 청소년 중장기 계획수립을 위한 실태 및 욕구 조사>에서 출발했다. 당사자들의 참여로 시작한 것이다. 청소년들은 자연스럽게 참여하고 체험하며, 여가, 쉼, 학습 등이 청소년의 주도로 일어나는 공간이 만들어지기를 원했다. 위치는 청소년들에게 접근성이 좋은 익산 영등동 일대였다. 이 과정에서 익산시, 익산시의회 및 지역사회 전문가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참여가 있었다. 다꿈의 출발과 주인공이 당사자 청소년임에는 분명하지만, 지역사회의 여러 구성원들의 참여와 지지, 응원, 도움이 결합되어 오늘의 다꿈 공간에 이르렀다.
최근 [꼬리에 꼬리는 무는 이야기]라는 방송 프로그램(115회, 제목 서커스 소녀)을 보았다. 우여곡절의 삶 가운데에도 현재를 잘 살아내는 주인공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과 고마운 사람은 가장 힘들 때 자신을 진심으로 대해주었던 형사님들과의 10여일이었다고 한다.
카우아이섬 종단연구의 자료를 분석하던 심리학자 '에미 워너'는 더욱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 고위험군의 아이 약 200명 중 72명이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오히려 사회에서 잘 성장한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워너 교수는 삶의 위기와 역경 속에서도 강인한 힘의 원동력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이를 회복탄력성이라고 불렀다. 워너 교수는 연구를 정리하며 회복탄력성의 핵심적인 요인 중 하나가 결국 ‘한 사람’이었다고 말한다. 아이의 입장을 무조건적으로 이해해주고 받아주는 어른이 적어도 그 아이의 인생에 한 명은 있었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 청소년들에게는 다양한 조언이나 제안도 필요하겠지만, 어쩌면 청소년들에게 더욱 필요한 건 진정으로 내어준 따뜻한 곁, 그들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줄 수 있는 시간은 아닐까!
기사원문주소: 【익산칼럼】청소년에게 곁을 내어주실 수 있을까요? | 익산신문 (iks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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