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과 친해지기

최근에 동아리 활동을 하는 청소년들과 만나서 대화를 하는 자리가 있었다.

얘기 가운데, 한 청소년이 남자 아이돌 그룹 이름과 멤버 중 한명의 이름을 말했다. 그룹의 이름은 '아이콘'이었다. 그리고 아이콘의 멤버 중 '진환'이라는 이름을 가진 멤버가 있었나보다.

나는 그것을 잘못 알아듣고, "그 멤버가 전라북도 진안군 출신이야?"라고 물어봤다.

함께 모였던 청소년들은 그게 너무 웃겼나보다. 나에게 한 청소년이 "선생님 너무 재미있어요"라고 한다.

나는 다시 그 청소년에게 아이콘, 진환에 대해 물어보았다.

방송 프로그램(특히 예능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출연진들은 각기 제마다의 이미지(혹은 concept)가 있다.

그들은 그 컨셉에 따라 움직이고 활동하며, 시청자들은 그 컨셉을 기억한다. 컨셉이 독특하거나 재미있거나

인상깊을 때, 사람들에게 더 깊게 각인되기도 한다.

나는 청소년들과 만나기 시작하면서, 청소년활동가로서 몇 가지 컨셉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컨셉을 중심으로 아이들을 지금까지 만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만났던 모든 아이들이 나의 컨셉에 동의하지 않거나 내 컨셉을 좋아하지는 않았겠지만, 적어도 그 컨셉은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이들과 더 가깝게 가기 위한 나의 진심어린 방법이었다. 진심으로 청소년들에게 다가가서였는지, 나의 컨셉은 자주 잘 먹혀들어갔다. 나는 감히 이 컨셉을 청소년과 친해지기 위한 나만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 컨셉은 바로 청소년들 앞에서 망가지기이다. 여기서 망가진다는 것은 체통과 예의를 다 잃어버리는 망가짐이 아니다. 내가 모르면 모른다고 하는 것이고, 내가 모르는 것을 청소년들에게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감히 청소년활동가의 망가짐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사실 대부분의 어른들은 망가지고 싶어하지 않는다. 어른들은 마치 실수도 하지 않고, 모든 것을 다 아는 사람인양 보이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과감히 이것을 포기하였다. 그리고 이 포기는 결국 청소년들과의 수평적인 소통으로 들어가는 문이 될 수 있었다. 앞에서 언급했던 사례에서처럼, 아이들 앞에서 망가지고, 웃음을 주며, 모르는 것을 배우려는 자세는 아이들의 마음을 열어줄 수 있다. 그 열어진 틈으로 청소년활동가는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청소년과 수평적인 소통을 해야한다.

중고등학생을 자녀로 둔 많은 부모님들이 상담을 요청해온다. 아이와의 관계형성과 소통이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청소년과의 소통은 어렵다. 청소년들을 수년 째 만나는 나도 어렵다. 나도 두 아들의 아빠인데, 내 아이와 소통하는 것 역시 참 어렵다. 앞으로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것을 풀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의 처음은 꽉 닫힌 청소년들의 마음을 일단 여는 것일진대, 나는 청소년들의 마음을 여는 시작점이 바로 어른들의 망가짐이라고 보는 것이다.

잘 모르면 모른다고 하는 것, 감사하면 감사하다고 하는 것, 실수했으면 실수했다고 인정하는 것이 바로 나를 내려놓는 것이며, 망가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사실 이 망가짐은 진짜로 망가지는 게 아니다. 오히려 청소년들의 마음을 열고, 청소년에게 인간다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청소년들과 친해지고 싶다면, 일단 망가져야 한다. 망가진다는 것은 나를 내려놓는 것이고,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것이다. 나를 내려놓고, 부족함을 인정하면서 청소년들에게 다가갈 때, 그들은 진짜 관계 형성을 우리와 하게 될 것이다.

2015년 전북 청소년활동지도자 역량연구에서의 분석결과 중 하나임.

(청소년들이 바라는 청소년지도자 모습은 어떤 것인가요?)(워드 클라우드 분석을 중심으로)

키워드

첫째, 친절하고 친구같은 지도자, 둘째, 의견을 잘 들어주는 지도자, 셋째, 즐겁게 해주는 지도자, 넷째, 바른 인성을 가진 지도자, 다섯째,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청소년을 잘 지도해주는 지도자), 여섯째, 도와주는 지도자, 일곱째, 적극적인 태도를 가진 지도자, 여덟째, 잘 웃는 지도자 등이 청소년들이 바라는 청소년지도자의 모습인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