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그락에서 활동하는 청소년 자치기구 회원들의 투표를 통해 선출된 달그락 청소년 대표자회가 있다. 2018년 대표자회의 이름은 아이‘디이다. 아이’디는 IDENTITY를 의미하는 ID에서 착안하였고, 세상의 주인공인 모든 ‘나’가 존중되는 연합회를 만들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었다.
모든 개인의 의견이 존중되며, 달그락에서 활동하는 것이 자긍심이 되고, 청소년들이 참여하는 달그락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목표 아래 권성주 회장, 김이주 부회장, 정수영 부회장, 박건규 총무, 김정헌 서기가 뭉쳤다. 단독 후보였기에 찬반 투표로 진행된 선거에서 아이‘디는 90%이상의 찬성표를 얻어 선출되었으며, 대표자회에서는 총 4가지의 공약을 내걸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여러모로 노력을 했다.
달그락 마스코트 동물을 어떤 것으로 해야할지에 대해 전체 자치기구 연합회 회의에서 토론을 하며, 설문조사까지 진행했다. 구성들의 합의를 끌어내는 과정이었다. 1위로 고양이가 나왔고, 2위로 거북이가 선정되었는데, 고양이털 알레르기가 있는 청소년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우리들은 달그락 마스코트 동물로 거북이가 좋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대표자회는 달그락 청소년 자치기구의 대표들과 함께 매월 대표자회의를 진행했다. 대표자회의에서는 달그락 청소년 연합활동에 대한 논의들이 있었다. 세월호 416 4주기 행사를 기획하거나, 달그락 청소년자치기구 임명식, 시민 청소년 행복 포럼 등을 기획하고 진행했다. 이런 과정의 중심에 대표자회 아이’디가 있었다.
2018년 7월초 모든 학교의 기말고사가 마친 날, 대표자회 5인방이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였다. 상반기 대표자회 활동에 대한 평가도 하고, 하반기 활동을 더 잘 해보자는 취지였다. 맛있는 식사를 하며, 대표자회 활동에서 우리 안에 어떤 변화들이 있었는지도 함께 이야기 나누었다. “좋았어요. 행복했어요. 즐거웠어요. 이런 거 말고, 구체적으로 한 번 얘기해보자”는 나의 말에 청소년들은 한 번 크게 웃으며,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에 잠겼다.
먼저 김정헌 청소년이 입을 뗐다. 작년에 비해 솔직히 올 해 힘들었다는 말을 했다. 작년 기자단 활동할 때보다 대표자회 활동을 하며, 많은 일과 책임이 있었다며 그게 부담이 되기도 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활동을 하며 글솜씨가 늘었고, 어느 누구와도 친해질 수 있는 친화력이도 더욱 좋아졌다고 말하는 김정헌 청소년. 또한 예전 같으면 누군가에게 싫은 소리를 듣는 것을 참지 못했지만, 지금은 이해심이 넓어졌으며, 마음을 더욱 편하게 먹게 되었다는 말도 덧붙인다. 이 말을 듣고 있던 권성주 회장이 "나는 바로 그게 자존감이 높아진 것이라고 생각해"라고 말한다. 다른 대표자회 청소년들도 둘의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대표자회를 담당했던 활동가로서 생각해보니, 대표자회의 청소년들이 역할 갈등의 하위 영역인 역할 모순 가운데에서도 자신의 역할들을 충실히 해온 것 같았다. 그런 과정에서 이들에게는 평회원으로 활동할 때보다 더 많은 역할이 주어지고, 스트레스가 있었지만, 그 과정 가운데 성장이 있었던 건 분명한 것 같았다. 내 안의 작은 변화, 주변 사람과의 관계 변화 등을 그들의 말 속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휴무인 월요일 오후4시. 스마트폰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화면을 보니 달그락 대표자회 권성주 회장이다. 통화 너머로 들리는 권성주 청소년의 목소리에 힘이 하나도 없다. “선생님 혹시 지금 저랑 만나주실 수 있으세요?”, “왜 무슨 일 있어 성주야?”, “학교 성적이 나왔는데요. 지금 너무 힘들어서 학교에 있기가 힘들거 같아요.”, “그래 그럼, 버스 타고 달그락 근처로 와. 쌤도 시간 맞추어 나갈게”
달그락 근처 벤치에 앉아 있는 권성주 청소년의 모습을 보니 어깨가 축 처져 있다. 근처 커피숍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시험을 위해 정말 최선을 다했던 이야기부터 학교 내에서 점수와 등급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신앙이야기까지 약 2시간 넘게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학교에서 하는 공부 뿐 아니라, 달그락 활동을 통해 경험하고 배운 내용들은 삶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얘기가 진행되면서 권성주 청소년의 얼굴에는 다시 웃음이 띄워졌다. 항상 학교에서도 상위 성적에 머물러있고, 달그락 회장으로서 맡은 일을 훌륭하게 해낸 완벽한 청소년인줄로만 알았던 나는 오늘 성주 청소년의 새로운 모습을 봤다.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고백하는 것. 소통을 통해 진짜 중요한 가치를 찾아가고 있는 성주 청소년이 더욱 멋져보였다. 아마 나였다면 그렇게 하지 못했을 것 같다. 나는 현실에 안주하고 체념했을 수도 있는데, 성주 청소년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어려움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앞으로도 우리 달그락 대표자회 청소년들은 자기 삶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갈등도 겪으면서 이렇게 성숙해갈 것이다. 이미 이들은 시민으로서 자신의 삶을 자치하고 있다. 또한 지역사회와 관계하며 여러 가지 방식으로 기여하는 삶을 살고 있다. 자치와 기여하는 삶의 의미를 이들이 끊임 없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고백하고 소통하는 그런 날이 오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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