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십 평생 처음으로 '에세이 쓰기 5기'라는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아내 정원과 아들 주영, 주원에게 내 삶의 내밀한 진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연재는 그에 대한 기록입니다.
아빠는 이틀 전에 치과에 다녀왔어. 아침부터 오른쪽 윗니의 잇몸이 많이 부었더라고. 요즘 쉬는 날도 없이 여러 가지 일을 하느라 많이 피곤했었나 봐. 4월의 마지막 주에 두 개 위원회를 진행했고, 포럼과 방송 진행에, 선생님들의 월급 이체 업무까지 하면서 부담과 스트레스를 느꼈어.
치과에 갈 생각을 하니까 긴장됐어. 아침부터 아랫배가 살살 아팠고, 나는 왜 이렇게 건강하지 못한 걸까 라는 생각에 꿀꿀했어. 평소대로 엄마와 주원이를 학교에 내려주고, 치과로 향했지. 흐린 날씨와 보슬비가 마치 내 마음 같았어. 평소에 잘 듣던 라디오도 틀지 않은 채 운전했고, 진료 시간보다 10분이나 일찍 병원 지하 주차장에 도착했지. 잠시 멍하니 있다가 마음을 가다듬고 2층으로 향했어. 막상 진료를 받을 때는 괜찮았지.
참, 아빠가 며칠 전 다녀왔던 미소치과의 임도영 원장님은 청소년자치연구소를 하면서 알게 된 분이야. 아빠랑 나이가 같고, 아빠의 가장 친한 친구와도 중학교 때 친구였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 더욱 친해졌단다. 굉장히 세심하고 친절하며 진료도 아주 잘 해주신단다.
아빠가 어렸을 때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대성갈비' 라는 고깃집을 장미동에서 운영했어. 가정집은 조촌동인데 할아버지 할머니는 아침 일찍 일을 나가셔서 밤 10시가 넘어서야 들어오셨어. 아빠는 거의 매일 고모랑 둘이서 저녁 식사를 챙겨 먹었어. 숙제도, 씻는 것도, 양치도 알아서 해야 했어.
너희들도 씻는 거 굉장히 귀찮아하지? 아빠가 몇 번을 말하고 결국은 화를 내고 나서야 어슬렁거리며 세면실로 들어가지. 사실 아빠도 어렸을 때 너희들이랑 똑같았어. 너무 귀찮은데 옆에서 챙겨주는 사람도 없으니까 양치를 제대로 안 했지. 과자랑 아이스크림은 하루에 한 개 이상을 먹었고. 그러니 치아가 어땠겠어? 둘은 이런 아빠를 보면서 꼭 치아 관리를 잘 하길 바란다. 편지에서도 잔소리가 심한가?(하하)
아빠가 고등학교 1학년이던 5월 5일이었지. 그 날은 친구가 농구를 하러 나가자는 거야. 심심하던 차에 나는 좋다며 나가려 했지. 할머니는 밤새 꿈자리가 좋지 않았다면서 말렸지만, 할머니 말씀을 무시하고 나갔단다. 신나게 놀다가 친구가 내 턱을 쳤는데, 입에서 밖으로 하얀 물체가 슝 하고 날아가는 거야. 세게 부딪히지도 않았는데 말이지. 나는 당황해서 그냥 집으로 와 버렸단다. 할머니는 급히 지인을 통해 당시 가게 근처에 있었던 홍익치과 원장님께 연락을 했고, 운이 좋게도 치과에 갈 수 있었지. 원장님은 빠진 치아가 어디 있냐고 물었고, 가져올 때 우유에 담가 오라고 말씀해주셨어. 빠진 치아는 우유에 보관하는 게 가장 좋다고 하니까 이건 상식으로 알고 있으렴.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어. 이 하나가 빠졌고, 옆의 두 개는 흔들려서 바로 수술에 들어갔지. 약 2시간 정도 걸리는 수술은 감사하게도 잘 끝났어. 그런데 5년 정도 후에는 빠졌던 치아의 뿌리가 녹게 되면서 결국 그 치아는 뺐고, 너희들도 알다시피 그 때부터 거기는 가짜 치아가 자리 잡게 되었지. 부모님 말씀을 듣지 않아서 이런 참극이 벌어진 거지.(하하하)
지금 아빠의 치아가 좋지 않은 이유란다. 모든 게 내 책임이었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치료를 받을 때마다 자괴감이 들었어. '왜 이렇게 나는 몸이 약한건지' 하면서 말이지. 그런데 약할 때 강함되시는 하나님께서 늘 함께 하심을 믿고, 약함으로 인해 건강의 소중함과 감사를 알게 되었단다.
사랑하는 우리 주영이와 주원아. 너희들은 치아 관리를 더욱 잘 하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감사란다. 하나님께서는 둘을 향한 계획하심이 있고, 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 닥쳐온 힘든 일에 너무 좌절하거나 힘들어하지 말고, 그것을 견디고 극복해내면서 감사를 해보렴. 그럴 때 더 좋은 일들과 행복한 일들이 넘쳐날거야.
첫 번 편지는 이렇게 마치고 다음번에는 아빠가 활동하는 달그락 이야기라든지, 사회에서 만났던 좋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게. 사랑한다 주영아. 주원아.
2021년 4월30일
사랑하는 아빠가
태그:#사랑하는 아내와 아들, #치아가 부실했던 이유, #아빠의 일상, #보물들, #띄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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