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여행, #청와대, #경복궁, #프리미엄고속버스, #6일차
내 기억에는 아버지와 단 둘이 첫 여행.
이렇게 함께할 수 있음이 감사.
서울 일정을 모두 마치고 군산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아버지가 말했다.
"청와대랑 경복궁 가는 오늘 일정이 정해진 후, 지난 주부터 허리가 갑자기 아파왔고, 오늘은 소화도 안되는 것 같아 많이 걱정했다. 나도 모르게 새로운 곳에 간다고 하니 긴장했었나벼"
아버지는 40여년전 서울에서 이런 저런 일을 하시다가 고향인 군산으로 내려오셔서 터를 잡으셨다. TMI(Too Much Information)인데, 내가 그 즈음에 서울에서 출생하는 바람에 나는 서울 사람이 되었다^^(ㅋㅋㅋ) 이후 아버지께서는 가족이나 교회 식구들 경조사 때 서울이나 경기도를 종종 방문하셨지만, 이렇게 오랜 시간 서울에 머무르는 시간은 없었다. 아버지께서는 고속버스를 타고 터미널에 오신 일이 아마 손에 꼽을거라고 말씀하셨다.
나 역시 난생 처음 아버지와의 둘만의 여행이 처음이라 그런지 가야하는 장소와 교통편을 며칠전부터 몇 번이나 확인했다. 지인을 통해 청와대와 경복궁 근처 맛집도 물어보았다. 전 날 저녁에는 다과와 물, 비상 마스크 등을 미리 챙겨두기도 했다. 어제 나는 새벽 4시에 갑자기 일어나서 시간을 확인했다.
걱정과는 달리 하루 일정이 물 흐르듯 너무 자연스러웠다. 막히는 서울 시내 교통 흐름에서 우리가 탄 버스는 전용 차선을 타고 신나게 달렸다. 청와대에 입장 시간보다 약 20여분 일찍 도착해서 기다리지 않고 바로 들어가서 영빈관과 본관부터 둘러보았다. 전날 이상훈 선생님과의 통화에서 실내에서 밀리지만 않으면 청와대 전체를 둘러보는 데 약 1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고 들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실내에서 많은 사람들로 인해 밀리지 않았고, 지정된 코스대로 자연스럽게 관람하고 사진도 많이 찍었다. 평소 사진 찍는 것을 그다지 즐기지 않으셨던 아버지는 오늘 나의 사진찍자는 말에는 즉각 즉각 협조를 해주셨다.
11시50분에 모든 관람을 마치고, 청와대를 나와 삼청동 근처를 걸어갔다. 점심식사 장소는 따로 정하지 않았었다. 포털 검색을 통해 근처에 칼국수, 한식, 갈비탕 등을 하는 음식점이 있다는 걸 미리 파악하고 그 중 하나 고르면 되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어떤 곳이 맛집일지를 몰라 고민하더중 우연히 2층에 있는 중화요리집을 발견했다. 가장 무난할 것 같아 아버지께 괜찮냐고 여쭈어본 후 허락을 맡아 함께 갔다. 기대를 안해서였는지, 배고파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버지는 먹는 내내, 그리고 식사 후에도 칭찬을 계속 하셨다. 예전에 장사를 워낙 오래한 경험도 있으시고, 미식가이셔서 음식에 대해서는 평가가 박하신데, 오늘은 달랐다.
오전에는 근현대사의 리더 거처들을 봤다면 오후에는 조선시대 왕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되었다. 아버지는 건물들을 바라보고 설명들을 볼 때마다 입에서 연신 감탄사를 내뱉으셨다. 그러다가 우리들은 향원정과 호수 및 북악산을 바라보며 아무말 하지 않고 멍을 때렸다.
여행 간 김에 서울에 계신 작은 아버지를 뵙고 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평소 형제, 사촌 간의 우애를 그 무엇보다 강조하시는 아버지께 선물이 될 것 같았다. 작은 아버지는 작은 음식점을 하시는데, 준비를 다 마쳐놓고, 고속터미널로 달려오셨다. 원래는 아버지께 맛있는 점심을 대접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그렇게 못해 죄송하다면서, 내민 봉투를 거절하시는 아버지 손을 끝까지 뿌리치시며 잠바 주머니에 우겨 넣으셨다. 달달한 카라멜마끼아또도 사주셨다. 군산으로 오는 버스를 타기 까지 1시간의 여유가 있었다. 두 분은 세상사는 이야기로 한 시간 내내 소통을 하셨다.
부자 간의 역사적인 첫 여행은 우리의 걱정과는 달리 아무런 탈없이 마무리되었다. 아니 그 어느때보다도 순조로운 일정과 좋은 날씨까지 허락받았다. 다음에 아버지와 나에게 어떤 여행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다만 함께 기쁨과 추억을 나눌 수 있다면 나는 그것으로 족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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