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꿈 활동 스토리

자율성과 자치를 통해 행복을 누리는 청소년들

오성우 2024. 11. 14. 10:54

스르르 자동문이 열린다. 문으로부터 하나, , .. 열 걸음쯤 걸어 10인치 내외의 작은 화면에 손가락을 올린다. 다꿈을 방문하는 청소년들은 세상 그 누구보다도 자연스럽게 성별, 연령대, 하고 싶은 활동, 활동 장소, 기타 건의사항, 개인정보 동의에 체크 후 이런 말들을 한다.

 

".(플레이스테이션, 게임기의 이름) 하려고요." "그냥 쉬었다 갈께요", "닌텐도 해주세요", "자유공간 이용할 수 있나요?"

 

특별한 말 없이 빈백 소파에 몸을 거의 눕다시피 하거나, 등받이 의자에 기대어 스마트폰 바라보기도 한다. 자연스레 보드게임이 보관된 장을 열어 원하는 게임을 가져가서 신나게 논다.다꿈의 일상 풍경이다. 평일에는 30~40명 내외, 토요일과 일요일 그리고 공휴일에는 100명 내외의 청소년들이 왔다 간다.

 

뿐만 아니라 다꿈에는 청소년 기자단 어프로치(Approach), 작가단 시나브로, 바리스타 자치기구 다꿈다방, 자원봉사 자치지구 보람티어, 만화 자치기구 우화단, 영상미디어 자치기구 익.., 베이킹 자치기구와 같은 여러 가지 청소년 조직이 존재한다. 이들도 평일에 학교가 시험이나 행사 등으로 일찍 끝날 때 다꿈에 놀러온다. 특히 토요일과 일요일, 공휴일에는 자치회의라든지 실제적인 활동이 이루어진다.

 

예컨대, 청소년 기자단 ‘Approach’(어프로치)는 지역 곳곳을 취재하여 지역 일간지에 기사를 보도하고, 작가단 시나브로는 글감을 찾기 위해 지역 내 문화 공간 등을 찾는다. 만화자치기구 우화단은 지역 보훈과 독립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기 위해 관련 장소를 탐방하고, 올 해 여름에는 자체 전시회 를 기획하여 진행했다. 자원봉사 자치기구 보람티어는 매월 3, 4째주 금요일에 익산청소년문화의거리에서 플로깅(걸으면서 쓰레기를 줍는 활동) 및 금연 캠페인 활동한다.

 

2년간의 다꿈 활동 경험을 통해 약 28이나 37의 규모로 자치기구 청소년과 단순 시설 이용 청소년이 존재함을 알 수 있었다. 절대적인 인원으로 보면 일반 이용 청소년들이 많았지만, 활동과 변화의 깊이는 자치기구 청소년들에게 더 많이 존재할 수 밖에 없었다. 지역의 긍정적인 변화를 위한 정책 제안이라든지, 다꿈의 발전적인 의견들은 주로 자치기구의 청소년들로부터 나왔다. 일반 이용청소년들은 그저 다꿈을 쉬거나 놀러오는 청소년이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다꿈은 자치공간으로서 일반 이용 청소년이든, 자치기구 청소년들이 모두에게 청소년참여와 자치성을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자치기구 활동의 중요성을 알았기에 일반 청소년들에게도 꾸준히 활동에 참여해보라고 말해주었다.

 

10월 다꿈 청소년전문위원회 정기회의 때였다. 지난 활동 보고 및 향후 예정 활동 안내에서 많은 청소년이 다꿈에 왔다는 말을 들은 양재석 위원장님은 이렇게 말씀했다.

 

"제가 생각할 때에 애들이 다꿈을 좋아하고 많이 오는 건 아마도 자율성을 부여하거나, 자율성이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위원장님은 종종 다꿈에 방문했다. 위원회 준비를 위해서 오기도 했고, 근처를 지나다가 밖에서 잠깐 안을 들여다보고 가신 적도 있다. 그 뿐 아니라 청소년들이 하는 중요한 사업과 활동 때에는 끝까지 자리를 지켜주셨다. 나중에야 알았는데, 위원장님은 다꿈에 올 때마다 조용히 청소년을 관찰하거나, 그들과 대화를 나누며 앞선 말과 같은 해석을 내렸던 것이었다.

 

나는 위원장님 말씀을 들은 순간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쾅 맞은 듯 했다. 그랬다. 나는 일반 청소년들도 자기 삶에서 자율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존재라는 걸 잠시 놓쳤던 것이다. 너무 자주 다꿈에 와서 비슷한 일상을 보냈던 청소년들이었기에 주의 깊게 보지 못했었다. 자치기구 애들만 자치하는 게 아니었다. 모든 청소년들은 참여 수준이 다를 뿐 모두 자기 삶을 자치하고 있었다.

 

위원장님의 말씀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실제로 다꿈의 실무자와 자원활동가들은 청소년들에게 최소한의 규칙(: 남에게 해를 가하는 활동, 시설을 파괴하는 행동, 평화를 깨는 일들 등만 제한)만 제시하고, 안전에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면 나머지는 터치하지 않았다. 나도 부모로서 집에 있으면 자녀들에게 꽤나 잔소리를 한다. 스마트폰 하는 것 좀 줄여라, 인스턴트 식품 좀 그만 먹어라 등등. 하지만 다꿈에서는 자신들이 하고 싶은 만큼 게임을 하고, 친구들과 즐겁게 떠들며 대화한다. 먹고 싶은 것을 가져와서 먹는 경우도 종종 있다. 다꿈은 청소년 자신의 자율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그러다보니 다꿈에는 꾸준히 오는 일반 이용 청소년들이 많이 있다. 하교 후에 다꿈에 음료수나 삼각김밥 등을 들고 와서 숙제도 하고, 그림도 그리며, 친구들끼리 스마트폰 게임도 한다. 그러다가 어떤 이는 학원 시간이 되면 자연스럽게 문을 나서고, 또 다른 이는 저녁식사 시간 즈음에 집으로 향한다. 그렇게 무리들이 꾸준히 오다가 베이커리 자치기구를 만들게 된 청소년들도 있었다. 앞서 말했던 베이킹 자치기구의 청소년들이 바로 그녀들이다. 물론 활동을 엄청 열심히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꾸준히 다꿈에 와서 놀고, 자치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위원님의 말과 다꿈의 일상을 다시 한번 성찰해보며 새삼 다꿈의 비전을 떠올려본다. ‘청소년이 자치하는 지속가능한 지구 마을 공동체’. 여기에서 청소년은 자치기구 청소년 뿐 아니라 다꿈에 오는 모든 청소년들을 말한다. 활동가로서 다꿈의 비전 내용을 놓치지 않고, 청소년들에게 지속적으로 자율성과 자치를 부여하는 공간(활동가와 청소년 간의 관계로서의 공간 및 다꿈 건물 그 자체로서의 공간)을 제공할 때, 청소년들은 계속 다꿈에 올 것이다. 그리고 계속 다꿈에 오다보면 자연스레 자율성을 키워지고, 언젠가는 참여수준이 더 좋아질 수 있는 자치 활동도 참여하게 될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더욱 자기 삶에 자치하며 지역에 기여하는 시민들도 되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