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조언, 제안 그리고 소통

오성우 2016. 6. 23. 17:26

평소에 우리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관계 형성을 한다. 다양한 이유로 만남과 관계 형성의 과정이 있으며, 그 속에서 많은 대화가 오고 간다. 나 역시 약 10여년 이상 청소년 활동 현장에서 다양한 청소년, 청년, 사회복지실습생, 위원, 실무자, 지역사회 주민, 동종 업계의 활동가 등을 만나왔다. 나는 그 분들을 만나서 토론을 하기도 했으며, 조언, 제안, 소통 등을 했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흐르고, 청소년 활동 현장에서의 경험, 지식, 기술 등이 쌓여갈수록(?) 고민이 되는 지점이 생긴다. 과연 나는 내가 만나는 분들과 소통을 하고 있는지, 제안을 하는지, 조언을 하는지 고민이 있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나는 지금 내가 만나는 사람들과 소통을 하거나 제안을 하기보다는 조언을 하고 있지는 않는지 고민이 든다는 것이다.

  DAUM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조언, 제안, 소통의 뜻은 다음과 같다.

  * 조언=도움이 되도록 말로 거들거나 깨우쳐 줌

  * 제안=어떤 의견을 안건으로 내어놓음

  * 소통=사물이 막힘이 없이 잘 통함

 

나는 지금 내가 만나는 사람들과 소통이나 제안을 해야 하고, 소통이나 제안을 하고 싶은데, 실상은 조언에 많이 지우쳐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이 문득 들곤 한다. 그리고 이것은 나의 어쭙잖게 쌓인 경험, 지식, 기술과 맞물려 있다고 생각했다. 결국 나의 교만과 욕심이 사람들과의 소통에서 멀어지게 하며, 쌍방향적인 관계가 아닌 오히려 일방적인 조언의 관계로 가고 있지는 않았는지에 대해 나 스스로에게 의문을 제기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것은 궁극적으로 상대방의 성장과 나의 성장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물론 어떤 상황에서는 조언이 필요하기도 하다. 조언이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수평적이고 쌍방향적인 관계의 중요성이다. 일방향적인 관계는 언젠가는 막히게 되어 있으며, 자칫 수직적인 구조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나는 이것을 경계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수평적이고 쌍방향적인 관계형성과 소통을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을 해봤다.

 

지금까지 내가 내린 결론은 내려놓음경청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 경험, 기술 등을 내려놓고, 상대방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이 2가지가 되지 전제되지 않는다면, 수평적이고 양방향적인 소통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현상학적 연구방법에는 에포케(epoche) 라는 개념이 있다.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에포케는 판단중지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즉 에포케는 연구자가 어떤 현상의 본질에 접근하기 전에 자신의 선입견을 버려두고 판단을 보류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나는 이 개념을 나의 삶과 나의 일에 투영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해봤다. 내가 가진 배경지식, 편견, 선입견을 일단 내려놓고, 내 앞에 있는 그 누군가를 대해야 한다. 그럴 때, 진짜 소통, 진짜 관계 형성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늘 겸손한 자세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청소년 활동가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