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2학년 때 쯤인것으로 기억한다. 사회복지조사방법론 수업 중간에 우연히 사회복지사의 보수에 대한 내용이 나왔고 교수님께서 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이 물어보셨다. "여러분들은 사회복지사로서 어느 정도 연봉을 받으면 된다고 생각하세요?" 학생들로부터 대답이 나오지 않자, 교수님께서는 객관식으로 물어보셨다. "2천만원 정도면 괜찮다 손들어 보세요. 3천만원, 4천만원 이상" 주관식으로 대답하지 않던 학생들은 교수님의 객관식 질문에 하나둘씩 살며시 손을 들었다. 그 때 나는 손을 들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보수의 정도보다는 사회복지 일, 특히 청소년 복지를 하고 싶었던 마음이 더 컸다.
학생들이 어느 정도 손을 든 것을 확인 하신 교수님은 다시 물어보셨다.
"여러분은 그 정도의 능력과 역량을 갖추었다고 생각하세요?" 교실에는 잠시 정적이 흘렀다. 교수님께서는 조금 더 자기 실력을 갖출 것을 말씀하시며 수업을 이어가셨다. 그 일 이후로 나의 신념과 가치는 더욱 확실해졌던 것 같다. 정말 의미있고 좋아하는 사회복지일을 하는 게 내가 얼마를 받느냐보다 더 중요하며, 나의 가치는 내가 만들어가야 한다고.
최근 문재인 정부에서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시범 운영을 통해 조직의 환경에 따라 한계점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고, 내년에는 그 내용까지 보완하여 정책을 정착시키고자 할 것 같다. 요는 노동자와 근로자들의 노동권 보장에 있는 것 같고, 큰 틀의 개념과 방향성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동의한다. 다만, 한편으로는 내 안의 고민되는 지점이 있기도 하다. 최근 몇 분들과의 소통을 통해 사회복지 및 청소년 관련 일부 현장의 환경이 국가공무원처럼 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보수와 복지가 이전에 비해 좋아진다는 얘기였다. 반가운 소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반면에 그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내용도 들려오기에 우려도 되었다.
법적으로 보장된 오전9시에서 오후6시까지 근무에 집중하는데, 민간의 청소년 활동은 주로 늦은 오후나 저녁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으며 토요일에도 활동을 해야 할 때가 많다. 이럴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과연 법적인 부분을 중심으로 무자르듯이 일을 정리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무조건 청소년활동가의 책임만을 강조할 수 있는가?
최근 들려오는 현장의 이야기를 통해 다시 한번 청소년활동가로서의 활동, 운동, 삶에 대해 돌아본다. 과연 안정적인게 무조건 좋은 것일까 라는 것에 의문을 던져보기도 한다. 안정적인 것이 좋은 청소년 활동으로 이어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된다. 그렇다고 무조건 배고프고 열악한 환경에서 일해야한다는 의미도 아니다.
중요한 건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왜 하고 있는지에 대해 돌아보고 성찰을 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또한 나의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돌아볼 때라는 것이다. 내가 갖고 있는 실력과 내용이 과연 당사자 청소년들을 만나면서 부끄럽지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 이건 그 누구에게도 아닌 바로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다.
각자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있을 것이다. 가치는 판단의 문제는 아니기에 어떤 것이 더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다. 다만 내가 하는 일 가운데 과연 나는 나 스스로와 그 일에 관련된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는 가치를 추구하며 사느냐는 중요한 문제일 듯 싶다.
나는 진정 나 스스로와 내가 만나는 사랑하는 사람들, 무엇보다도 하나님 앞에 부끄럽지 않은 인생, 삶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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