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그락 청소년 활동 스토리

주체성과 공간의 본질적 의미를 살리는 방법 -<너를 읽는 순간>을 읽으면서 느낀 소회-

오성우 2021. 11. 11. 15:58
나는 요즘 '사람과 공간' 이라는 팀에서 청소년 고립과 참여 공간의 본질, 문제, 대안을 탐구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청소년활동가와 청소년 15명 내외가 참여하는 프로젝트의 활동으로는 설문조사, 인터뷰, 영상촬영 등이 있었다.
 
우리 팀에서는 청소년의 고립과 외로움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를 위해 <너를 읽는 순간>을 읽고 토론의 시간도 가졌다. 책에는 냉혹한 현실 세계에 덩그러니 놓인 중학생 소녀 '영서'의 다섯 가지 사연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사람과 공간'팀은 9월 청소년들과의 워크숍, 청소년 대상 설문조사, 10월 비청소년들과의 온라인 그룹 인터뷰를 하면서 고립과 외로움 이라는 게 '관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설문조사에서 청소년들은 편하게 말할 수 있거나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의 부재를 고립으로 표현했다. 인터뷰에 참여했던 한 교사도 고립을 청소년의 관계 단절이라 말했다.
 
일련의 활동 과정 가운데 '관계'로서의 공간에 대한 중요성을 새삼 느꼈다. 우리는 흔히 일정한 형태를 갖춘 '물리적 공간'의 개념으로만 공간을 바라보곤 했다. 하지만 공간의 참 의미는 물리적 공간을 넘어 이면에 있는 '관계의 공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너를 읽는 순간>의 곳곳에서도 이런 지점들을 발견했다. 주인공 영서가 마지막까지 거주했던 파라다이스 모텔은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의미보다 엄마와의 추억과 관계가 살아있는 관계로서의 공간에 더 큰 의미가 있었다.
 
나는 상대방에 대한 깊은 이해와 소통이 있을 때-소설에서의 표현을 빌리자면, 나와 관계하는 사람을 돌아보고, 읽을 때- 각자의 주체성과 공간의 본질적 의미가 살아날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그리고 이것은 궁극적으로 외로움을 극복하며, 공동체를 살리는 귀한 일이 될 것이다.
 
"네 곁의 누군가가 무심한 걸음을 멈추고 너를 돌아볼 때, 너라는 한 존재를 찬찬히 읽는 그 순간에, 너의 시간에 외로움은 한 움큼 덜어질 거라고. 네 안의 서러움도 조금은 흐릿해질 거라고. 내일을 꿈꾸며 너는 오늘을 씩씩하게 살아 낼 힘을 얻게 될 거라고." <너를 읽는 순간>작가 진희 님 에필로그의 한 구절이다.
 
청소년 고립과 참여공간에 대한 탐구를 하고, 그에 대한 결과에 대해 여러 사람들과 소통할 시간들이 있었다. 그 때마다 내가 만난 모든 사람들은 청소년만 외로운 게 아니라 자신도 외롭다고 표현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오늘날 '영서'처럼 외롭게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소설에서 나왔던 것처럼, 아니 오늘날의 현실에서는 외로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좋은 공동체와 사람들이 많다. 중요한 건 오늘 내가 만나는 한 존재를 어떻게 대하고, 교감할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