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간 연락이 없었던 두환에게 페이스북 메세지를 받았다. 청소년자치연구소 청소년자치공간 ‘달그락 달그락’ 소속 ‘눈맞춤’ 작가단에서 대표도 하고, 달그락청소년자치기구 연합 활동도 꽤나 열심히 했던 청소년은 어느덧 어엿한 청년이 되어있었다. 현재 영상디자인학과에 진학중인데, 소장님이나 나를 인터뷰 하고 싶다 했다. 한 분야의 전문가와 그의 현장을 촬영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나는 소장님께서 인터뷰를 하신다면 청년들에게 풍성한 이야기를 해주실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당일 다른 일정과 겹쳐서 결국에는 내가 좋은 기회를 얻었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시작한 계기, 일을 하면서 보람되거나 어려웠던 에피스드에 대한 질문 등이 있었고, 그 중에서는 마지막 인터뷰 질문과 그 직전 질문이 인상 깊었다.
"전 지구의 청소년에게 꼭 하고 싶은 한마디가 있다면 해주시겠어요?"
"달그락에서 이루고 싶은 최종 목표가 있을까요?"
전 지구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거창한 거 같아 오늘 내가 만날 수 있는 한 명의 청소년에 하고 싶은 말을 하겠다고 했다.
"다른 사람과 절대 비교하지 말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 하면서 행복하세요. 그냥 나의 길을 묵묵히 가세요. 당신은 세상에서 한 명 밖에 없는 유일한 존재니까요."
최종 목표도 너무 먼 얘기 같아 오늘 현재의 목표를 말하고 싶다고 하며 이렇게 대답했다.
"오늘 내가 만나는 한 명의 청소년에게 내가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그걸 하고 싶은 게 제 오늘의 목표이자, 어쩌면 최종 목표가 되겠네요"
늦은 오후의 인터뷰를 마치고 금세 저녁시간이 되었다. 집에 가서 간단히 저녁을 먹고 달그락 공간에 오니 ‘달그락 청소년 참여 포럼’ 경제 분과의 대표인 안성준 청소년과 자원봉사자치기구 전혜진 청소년이 영상 촬영을 하고 있었다.
포럼은 매년 달그락의 청소년들이 지역사회에 자신들의 의견과 정책을 제안하는 활동의 장이다. 매번 몇 개의 분과로 나누어 활동을 하고, 달그락의 선생님들은 한 개의 분과를 맡아 청소년들과 소통했다. 금년에 나는 경제 분과의 청소년들과 함께 하게 되었다. 올해에는 청소년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영상에 담아 더 많은 사람들과 내용을 공유해보자는 의견이 있었다.
시계는 어느덧 10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두 청소년은 경제 분과에서 제안하는 정책의제의 내용과 그에 따른 기대효과를 영상에 담는 작업을 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대본을 몇 번이나 고쳐가며 영상 찍기를 수십 차례 반복했다.
이 장면을 누군가가 봤다면 ‘왜 이렇게 비효율적인 일을 하는 거지!’라고 말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세 시간 내외 동안 자신이 맡은 부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이들의 노력은 내 눈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효율적인 모습이었다.
아마도 우리들의 이런 행동이 어쩌면 지역사회에 대단한 변화를 일으키지는 못할지라도 최소한 참여하는 당사자들은 시민으로서 자기 삶에 참여하는 마음을 얻게 되었다.
늦은 시각이라 청소년들을 차로 집 앞까지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에 오늘 오후에 했던 인터뷰 질문과 내용이 떠올랐다. 현재 내 앞의 한 청소년과 진정성 있게 깊은 소통을 한 오늘 하루는 그 어떤 날보다도 가치 있고 행복했으며 감사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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